30대 남자, 옷에 관심 없었는데 이제 좀 신경 쓰고 싶다면
옷에 딱히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갑자기 "좀 신경 써볼까" 하고 마음먹으면 막막하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트렌디한 레이어드" 같은 얘기만 나오고, 유튜브 패션 유튜버들은 너무 복잡하게 설명한다. 나도 그랬다.
근데 몇 년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옷을 잘 입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라는 것. 복잡한 코디 공식이나 트렌드 따라가기가 아니라,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
핏이 80%다
옷을 못 입어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핏이 안 맞아서다. 비싼 옷을 입어도 사이즈가 안 맞으면 이상해 보이고, 저렴한 옷이라도 핏만 맞으면 괜찮아 보인다.
핏이 맞다는 건 뭘까? 간단하다. 어깨선이 내 어깨 끝에 딱 떨어지고, 소매가 손등을 살짝 덮거나 손목뼈에 걸치고, 바지가 신발 위에 살짝 걸치는 정도면 된다. 티셔츠나 셔츠는 배가 과하게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으면 된다.
유니클로나 무신사 스탠다드 같은 데서 옷을 살 때 L 사이즈를 입었다면, 한번 M도 입어봐라.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한 치수 작은 게 더 잘 맞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버핏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정핏이 오히려 작아 보인다고 착각한다.
무채색 베이스로 시작한다
색 조합은 어렵다. 그래서 처음엔 안 해도 된다. 검정, 흰색, 회색, 네이비, 베이지 같은 무채색 중심으로 옷을 사면 조합 걱정이 없다.
예를 들어 흰 티 + 검정 바지, 회색 맨투맨 + 네이비 면바지, 검정 터틀넥 + 베이지 치노 같은 조합은 절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검정 스니커즈나 흰 스니커즈 하나만 있으면 웬만한 상황은 다 커버된다.
색깔 있는 옷은 나중에 추가하면 된다. 무채색 옷들만으로도 충분히 깔끔해 보일 수 있다.
기본 아이템 5가지만 제대로 갖춘다
처음부터 옷장을 채울 필요 없다. 이 5가지만 괜찮은 걸로 사두면 된다.
첫째, 무지 티셔츠. 흰색, 검정, 회색 각각 2~3장씩. 유니클로 에어리즘이나 수피마 코튼 같은 게 가성비 좋다. 핏만 맞으면 이게 제일 무난하다.
둘째, 셔츠 1~2장. 흰색이나 연한 블루 옥스포드 셔츠 하나는 있어야 한다. 약간 격식 있는 자리에서 티셔츠 대신 입으면 되는데, 너무 딱딱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깔끔하다. 유니클로나 COS에서 사면 된다.
셋째, 면바지 2벌. 청바지 하나, 치노팬츠 하나. 청바지는 진한 인디고나 블랙 중에 고르고, 치노는 베이지나 카키색이 제일 활용도 높다. 바지는 진짜 핏이 중요해서 여러 브랜드 입어봐야 한다.
넷째, 아우터 2개. 봄가을엔 후드집업이나 코치재킷, 겨울엔 패딩이나 코트. 처음엔 검정이나 네이비로 사면 실패가 없다. 아우터는 좀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거 하나 사는 게 낫다.
다섯째, 신발 2켤레. 흰 스니커즈 하나, 검정이나 어두운 색 스니커즈 하나. 나이키 에어포스, 아디다스 스탠스미스, 뉴발란스 530 같은 무난한 디자인으로 고르면 된다. 신발도 옷만큼 중요하다.
이게 다다. 이것들만 핏 맞게 갖춰도 웬만한 상황에서 이상하게 안 보인다.
옷은 한꺼번에 사지 말고 천천히 채운다
가장 큰 실수가 "오늘부터 옷 신경 써야지" 하면서 한 번에 20~30만원어치 옷을 사는 거다. 그러면 십중팔구 나중에 후회한다. 핏이 안 맞거나, 생각보다 자주 안 입게 되거나, 조합이 안 되는 옷이 생긴다.
차라리 한 달에 한두 가지씩 사면서 실제로 입어보고, 뭐가 부족한지 파악하는 게 낫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떤 핏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이 나한테 잘 맞는지 감이 온다.
세탁과 관리도 스타일의 일부다
아무리 좋은 옷도 빨래를 대충 하거나 관리를 안 하면 금방 망가진다. 특히 흰 티나 밝은 색 옷은 누렇게 변색되면 지저분해 보인다.
기본 원칙은 이렇다. 흰색, 밝은 색, 어두운 색 따로 빨기. 코튼 티셔츠는 뒤집어서 세탁망에 넣고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빨기. 건조기는 옷 줄이고 싶을 때만 쓰고, 웬만하면 자연 건조. 니트나 울 소재는 드라이클리닝이나 울 전용 세제로 손빨래.
옷이 구겨지면 다림질을 해야 하는데, 귀찮으면 구김 덜 가는 소재로 사거나 걸어서 보관하면 된다. 셔츠는 옷걸이에 걸고, 니트는 접어서 보관한다.
거울을 자주 본다
옷을 입고 나가기 전에 전신 거울로 한 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정면만 보지 말고 옆모습, 뒷모습도 봐야 한다. 바지 기장이 어색한지, 상의가 너무 짧거나 긴지, 전체적인 비율이 이상하지 않은지 체크한다.
처음엔 뭐가 이상한지 잘 모른다. 그래도 매일 보다 보면 "아, 이건 좀 이상한데" 하는 감이 생긴다. 그게 쌓이면 자기 스타일이 된다.
결국 편한 게 제일 중요하다
멋있어 보이려고 불편한 옷 입으면 오래 못 간다. 셔츠가 너무 뻣뻣해서 답답하거나, 바지가 꽉 끼거나, 신발이 불편하면 절대 자주 안 입게 된다.
옷은 결국 매일 입는 거다. 그러니까 핏도 중요하지만 소재도 봐야 한다. 면 100%가 제일 무난하고, 약간 신축성 있는 소재가 편하다. 폴리에스터 100%는 저렴하지만 통기성이 안 좋아서 여름엔 덥고 땀 차는 느낌이 든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멋있어도 발 아프면 소용없다. 처음 신어볼 때 편한 신발을 사야 나중에도 자주 신는다.
주변 사람들 스타일을 관찰한다
패션 유튜버나 인스타 인플루언서 말고, 실제로 주변에서 "저 사람 옷 괜찮게 입네" 싶은 사람들을 보면 도움이 된다. 회사 동료, 친구, 지나가는 사람 중에 눈에 띄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조합인지, 어떤 핏인지 봐라.
그 사람이 입은 옷이 비싼지 싼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어떻게 조합했는지, 핏이 어떤지다. 그걸 보다 보면 "아, 이런 식으로 입으면 되는구나" 하는 감이 온다.
핀터레스트로 스타일 레퍼런스 모으기
주변에 참고할 사람이 없거나, 더 다양한 스타일을 보고 싶다면 핀터레스트가 좋다. 인스타그램보다 광고가 적고, 검색하면 비슷한 이미지가 계속 뜨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찾기 쉽다.
검색할 때 영어로 검색하면 결과가 훨씬 많이 나온다. 한글로 "남자 캐주얼"이라고 치면 결과가 별로 없는데, 영어로 치면 전 세계 이미지가 다 뜬다.
추천하는 검색어는 이런 것들이다. 겨울 쇼핑 시즌이라면 winter를 붙여서 검색하면 된다.
- men winter outfit - 겨울 코디 전반
- men winter coat outfit - 코트 코디
- men winter casual outfit - 겨울 캐주얼 스타일
- korean men winter fashion - 한국 남자 겨울 패션 (체형이 비슷해서 참고하기 좋다)
- men minimal winter outfit - 심플한 겨울 스타일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있으면 보드에 저장해두면 된다. "출근룩", "주말룩" 이런 식으로 보드를 나눠서 저장하면 나중에 옷 입을 때 꺼내보기 좋다.
처음엔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어도 일단 괜찮아 보이는 건 다 저장해둬라. 나중에 보면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패턴이 보인다. 그게 내 취향이다.
완벽하려고 하지 않는다
옷 잘 입는 사람들도 매일 완벽하게 입지 않는다. 그냥 실수 안 하는 선에서 무난하게 입는 거다. 너무 신경 쓰면 오히려 이상해 보일 수 있다.
처음엔 핏 맞고 무난한 조합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자기한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면 된다. 1~2년 지나면 옷 고르는 게 훨씬 쉬워진다.
정리하면, 옷을 잘 입고 싶으면 핏 맞는 기본 아이템 몇 개를 무채색 중심으로 사고, 세탁 잘하고, 거울 자주 보면서 감을 익히면 된다. 복잡한 코디 공식이나 트렌드는 나중 얘기다. 일단 실수 안 하는 게 목표다.
어디서 옷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면 30대 남자를 위한 심플한 옷 브랜드 추천 글도 참고해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