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도 없이 시작한 디자인 구독 서비스, 플로우웍스의 시작
홈페이지에 들어갈 작은 배너 하나, SNS에 올릴 카드뉴스 한 장 만들 때마다 내부 디자이너에게 부탁하는 게 점점 미안해졌다.
디자이너는 이미 큰 프로젝트로 바쁜데, 내가 "배너 하나만 급하게 만들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게 번거롭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디자이너를 추가로 뽑을 수도 없었다. 고정 인건비 부담도 있고, 간단한 작업들 때문에 정규직을 채용하는 것도 비효율적이었다.
프리랜서를 찾아볼까 했지만, 그것도 매번 번거로웠다. 배너 하나 만들 때마다 포트폴리오 찾고, 연락하고, 일정 조율하고, 단가 협상하는 게 작은 작업에 비해 너무 무거운 과정이었다. 그냥 요청만 하면 바로 나오면 안 될까?
그래서 플로우웍스를 시작했다. 홈페이지도 없이.
지금이야 디자인 구독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지만, 처음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웹사이트도, 디자이너 풀도, 시스템도 없이 그저 노션 하나로 시작했다. 빠르게 가설을 검증하고 싶었다. 과연 사람들도 나처럼 디자이너를 월 구독으로 쓰고 싶어할까? 그런 니즈가 진짜 존재할까?
네이버 카페에서 고객을 찾다
첫 고객을 찾기 위해 "아프니까 사장이다" 같은 자영업자와 사장들이 모여있는 네이버 카페를 뒤졌다. 게시글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싶은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그리고 일일히 연락을 보냈다.
"디자이너 채용 부담스러우시죠? 월 구독으로 디자인 서비스를 이용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반응이 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디자이너를 정규직으로 뽑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매번 프리랜서를 찾는 것도 번거로운 사람들. 단가도 천차만별이고, 디자이너마다 잘하는 분야가 달라서 매번 새 디자이너를 구하는 게 어려웠던 사람들이었다.
노션으로 시작한 서비스
첫 고객이 생겼다. 월 구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노션으로 프로젝트 관리 대시보드를 만들어줬다. 고객은 거기에 디자인 요청을 올리고, 우리는 디자인을 해서 올려줬다.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작동했다.
문제는 디자이너였다. 디자이너 풀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1~2명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구해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첫 고객이니만큼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찾을 때까지 타협할 수 없었다.
거의 100명이 넘는 디자이너에게 일일히 연락했다. 포트폴리오를 보고, 일정을 확인하고, 프로젝트를 맡겼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다른 디자이너를 찾았다. 마음에 안 들면 환불도 해줬다. 재정적으로는 부담이 됐지만, 첫 고객이 만족해야 다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4년째 이용 중인 첫 고객
그 첫 고객은 지금도 플로우웍스를 이용한다. 벌써 4년째다. 모든 디자인을 우리에게 맡긴다. 이유는 간단하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를 찾고, 연락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단가를 협상하는 모든 과정이 사라졌다. 그저 요청만 하면 디자인이 나온다. 디자인 외주의 번거로움 없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게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의 전부였고, 그게 충분했다.
차차 고객이 늘어났다. 노션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시스템이 갖춰졌다. 디자이너 풀도 생겼고, 프로세스도 정리됐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를 찾고 연락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준다"는 것.
아직 가야 할 길
지금은 일정 내에 가능하고 포트폴리오도 풍성한 디자이너를 배정해주는 것까지는 해결했다. 하지만 더 나아가야 한다. 디자이너의 업무 태도, 역량, 예상 단가 같은 부수적인 소통 없이도 더 편리하게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비전은 간단하다. 디자인이 필요한 순간, 디자이너를 찾고 연락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것 없이, 채용 없이도 원하는 디자인을 즉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 고객들이 디자인 외주의 번거로움 없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홈페이지도 없이, 노션 하나로 시작했던 서비스가 이제는 4년째 첫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다. 내가 겪었던 그 미안함과 번거로움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있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100명이 넘는 디자이너에게 연락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고객의 불편함을 진짜로 해결하면 서비스는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작은 배너 하나 요청하는 게 미안했던 그 순간이, 플로우웍스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