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란 무엇인가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수많은 은행이 파산하고, 주식시장이 폭락했으며, 수백만 명이 집을 잃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점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것이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모기지(Mortgage)는 주택을 담보로 받는 대출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등급을 나누는데, 신용이 좋은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대출을 '프라임(Prime) 모기지',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대출을 '서브프라임(Subprime) 모기지'라고 한다.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원래라면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받더라도 높은 이자율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이런 사람들에게도 쉽게 대출을 해주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저금리 정책의 배경

2000년대 초반 미국은 연달아 위기를 맞았다. 2000년에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IT 주식들이 폭락했고, 2001년에는 9/11 테러가 발생했다. 경제가 얼어붙을 위기에 처하자, 앨런 그린스펀이 이끄는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했다. 2001년 초 6.5%였던 기준금리는 2003년에 1%까지 떨어졌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이자가 싸진다. 이자가 싸지면 사람들이 돈을 빌려서 소비하고 투자하게 되고, 경기가 살아난다. 이것이 저금리 정책의 논리였다.

문제는 이 저금리가 너무 오래 지속됐다는 것이다.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니 집값은 계속 올랐다. 경기 침체를 막으려던 약이 오히려 부동산 버블이라는 더 큰 병을 키운 셈이다.

부동산 가격은 영원히 오른다는 믿음

당시 미국 부동산 시장은 호황이었다. 집값은 계속 올랐고,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해도 집을 압류해서 팔면 된다. 집값이 계속 오르니까 손해 볼 일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논리로 금융기관들은 소득 증빙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출을 내주었다. 심지어 '닌자 론(NINJA Loan)'이라는 것도 있었는데, No Income, No Job, No Assets의 약자로 소득도, 직업도, 자산도 없는 사람에게 해주는 대출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집값만 오르면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모기지 증권화의 역사

사실 모기지를 증권으로 만들어 파는 것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뉴딜 시대에 만들어진 패니매(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 같은 정부 보증 기관들이 이미 모기지 증권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1~1989년 사이에 뉴딜 모기지 제도가 붕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원래는 정부가 "이 대출은 안전해요"라고 보증해주는 것만 증권화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살로몬 브라더스 같은 민간 투자은행들이 "우리도 증권 만들어서 팔게요"라고 뛰어들면서, 정부 보증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비적격 저당 대출 채권 까지 증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가 검증한 안전한 대출만 증권화되던 시대에서, 민간이 위험한 대출도 증권으로 포장해서 판매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그 결과 주택 모기지 시장의 증권화 비율은 1980년 10%에서 2007년 56%로 뛰어올랐다. 과거에는 은행이 대출을 해주고 만기까지 직접 관리했지만, 이제는 대출을 해주자마자 증권화해서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대출의 질보다 양이 중요해진 구조적 변화였다.

금융공학이 만든 괴물, CDO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들을 모아서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다.

CDO가 뭔지 과일 바구니에 비유해서 설명해보자.

과일 가게에 상한 사과가 100개 있다고 생각해보자. 상한 사과는 아무도 사지 않는다. 그런데 가게 주인이 꾀를 냈다. 상한 사과 100개를 갈아서 주스를 만든 다음, 이 주스를 A등급, B등급, C등급 세 개의 병에 나눠 담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A등급 병은 제일 먼저 따르는 깨끗한 부분이니까 최고급이에요!"

A등급 병에는 "프리미엄 주스"라는 라벨을 붙이고 비싸게 팔았다. 사람들은 원래 재료가 상한 사과였다는 사실을 모른 채 "프리미엄"이라는 말만 믿고 사갔다.

CDO도 이와 똑같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해준 대출(상한 사과)을 수천 개 모아서 섞은 다음, 등급을 나눠서 새 상품으로 포장했다. 상위 등급은 신용평가사로부터 AAA 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라는 의미였다. 상한 사과로 만든 주스인데 "최고급"이라고 속인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이 CDO를 만든 건 누구일까? 바로 월가의 투자은행들이다. Goldman Sachs, Morgan Stanley, Lehman Brothers, Bear Stearns 같은 곳들이다. 일반 은행이나 모기지 회사가 주택 구매자에게 대출을 해주면, 투자은행이 이 대출채권을 사들여서 CDO로 포장한 뒤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비유에서 상한 사과를 주스로 만들어 판 "가게 주인"이 바로 투자은행인 셈이다.

투자은행 입장에서는 CDO를 만들어 팔 때마다 수수료를 벌었기 때문에, 원재료의 품질보다는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파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전 세계 투자자들과 금융기관들은 이 CDO가 원래 불량 대출 덩어리라는 사실을 모른 채, AAA 등급만 믿고 사들였다.

거품의 붕괴

2006년부터 미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집값이 떨어지자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집을 팔거나 재융자를 받으면 됐지만, 집값이 떨어지니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대출 연체가 급증하고, 주택 압류가 늘어났다. 압류된 집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집값은 더 떨어졌고, 이는 다시 더 많은 연체와 압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CDO의 가치는 폭락했다. AAA 등급을 받았던 상품들도 휴지조각이 됐다. 이 CDO를 잔뜩 보유하고 있던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2008년 9월 15일, 158년 역사의 미국 4대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산이었다. 리먼 브라더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상품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가 몰락한 것이다.

리먼의 파산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공포를 퍼뜨렸다. 금융기관들은 서로를 믿지 못해 돈을 빌려주지 않았고, 신용경색이 발생했다.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실물경제도 급격히 위축됐다. 미국 정부는 긴급하게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했다.

왜 아무도 막지 못했나

사후적으로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징후는 분명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이를 막지 못했을까?

첫째, 모두가 이익을 보고 있었다. 대출을 받는 사람은 집을 샀고, 은행은 대출 수수료를 벌었고, 투자은행은 CDO를 만들어 팔았고,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에 만족했다. 파티가 한창일 때 누가 음악을 끄고 싶어하겠는가.

둘째, 금융상품이 너무 복잡해졌다. CDO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실제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신용평가사들조차 이 상품들의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셋째, 규제의 부재였다. 금융 혁신이라는 명목 하에 새로운 금융상품들은 충분한 규제 없이 시장에 쏟아졌다.

교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여러 가지 교훈을 남긴다.

시장 참여자들의 탐욕과 군중심리는 위험하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갈 때, 그 끝에 낭떠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은 금융시장에서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말이다.

복잡한 금융상품은 위험을 숨긴다.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된 것뿐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과 다름없다.

부동산 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 당연한 말 같지만, 버블 한가운데 있을 때는 이 사실을 망각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