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에서 광자까지 - 빛이 무엇인지 알아낸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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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의 역사는 서로 다른 현상이 사실 같은 것이었다고 밝혀지는 이야기의 반복이다. 뉴턴이 첫 번째 통합을 했고, 맥스웰이 두 번째 통합을 했다. 그리고 그 두 번째 통합이 뉴턴을 무너뜨리는 씨앗이 됐다. 순서대로 따라가보면 빛이 무엇인지, 왜 양자역학이 필요해졌는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뉴턴이 한 통합

뉴턴 역학의 핵심은 세 법칙이다. 힘이 없으면 물체는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관성), 힘을 주면 질량에 반비례하는 가속도가 생기고(F = ma), 밀면 같은 크기로 되밀린다(작용-반작용).

이 중 두 번째만 정량적이라서 실질적으로 고전역학 계산의 전부다. 참고로 뉴턴의 원래 서술은 F = dp/dt 형태에 가까운데, 이게 로켓처럼 질량이 변하는 계까지 커버하는 더 일반적인 형태다.

그런데 뉴턴의 진짜 업적은 만유인력 쪽이다.

F = G · m₁m₂ / r²

이 식이 대단한 건 계산이 정확해서가 아니다. 사과가 떨어지는 힘과 달이 지구를 도는 힘이 같은 하나의 힘 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전까지 천상계와 지상계는 다른 원리로 굴러간다고 믿었다. 이 식 하나로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 세 개가 전부 유도되는 걸 보이면서 논쟁이 끝났다.

맥스웰이 한 통합

19세기 중반까지 전기와 자기는 별개 현상이었다. 그러다 단서가 쌓인다. 외르스테드가 전류 주변에서 나침반이 돌아가는 걸 발견했고(전류 → 자기), 패러데이가 자석을 코일 속에서 움직이면 전류가 흐르는 걸 발견했다(변하는 자기 → 전기).

둘이 얽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이걸 하나의 수식 체계로 정리한 사람이 맥스웰이다. 네 개의 식으로 요약된다.

전기장은 전하에서 나와 전하로 들어간다. 자기장은 시작점도 끝점도 없다(그래서 N극만 있는 자석은 없다). 자기장이 변하면 전기장이 생긴다(발전기와 무선 충전이 이거다). 그리고 전류가 흐르거나 전기장이 변하면 자기장이 생긴다.

결정적인 한 항

네 번째 식의 뒷부분이 맥스웰의 순수한 기여다. 앙페르의 원래 법칙에는 전류 항만 있었는데, 맥스웰이 그 식이 전하 보존과 수학적으로 모순된다는 걸 발견하고 변위 전류 항을 추가했다. 실험 증거가 아니라 이론적 일관성만으로 넣은 항이다.

그리고 이게 모든 걸 바꿨다. 변하는 전기장이 자기장을 만들고, 그 변하는 자기장이 다시 전기장을 만들고, 이 되먹임이 스스로 공간을 뻗어나가는 파동 을 성립시킨다. 전하도 매질도 없는 진공에서 전자기장 스스로 전파되는 것이다.

맥스웰이 그 파동의 속도를 계산해봤더니, 실험실에서 측정한 두 전자기 상수만으로 결정됐다.

v = 1 / √(ε₀μ₀) ≈ 3 × 10⁸ m/s

당시 이미 측정돼 있던 광속과 일치했다. 전기 실험 장비로 잰 숫자에서 빛의 속도가 튀어나온 셈이다. 그래서 빛은 전자기파라는 결론이 나왔고, 20년 뒤 헤르츠가 실험실에서 전파를 만들어 검증했다. 라디오와 레이더와 와이파이가 다 그 후속이다.

복사는 정확히 무엇인가

여기서 자주 오해되는 부분을 정리하고 가야 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전하가 복사를 낸다"는 표현을 종종 보는데, 정확하지 않다. 속도가 변할 때, 즉 가속될 때 복사가 나온다. 아무리 빨라도 일정한 속도로 직선으로 가는 전하는 빛을 전혀 내지 않는다.

이걸 이해하는 데는 밧줄 비유가 편하다. 전하에 무수한 밧줄(전기장 선)이 묶여 있고, 전하가 움직이면 밧줄도 따라 움직인다. 핵심은 밧줄이 즉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들림이 밧줄을 따라 빛의 속도로 전달되니까, 멀리 있는 밧줄 끝은 "1초 전에 전하가 어디 있었는지"만 알고 있다.

전하를 일정한 속도로 끌고 가면 밧줄 전체가 나란히 따라온다. 모양이 안 변하니 아무 일도 없다. 반면 갑자기 흔들거나 방향을 꺾으면 밧줄에 꺾임 이 생기고, 그 꺾임이 밖으로 파도처럼 퍼져 나간다. 그게 복사다.

떠난 다음이 중요하다. 전하에 붙어 있는 정적인 장은 전하가 사라지면 같이 사라진다. 하지만 한 번 떠난 꺾임은 원래 전하가 어떻게 되든 계속 날아간다. 거리에 따른 감쇠도 다르다. 붙어 있는 장은 거리의 제곱으로 약해져서 금방 사라지는데, 복사는 거리에 비례해서만 약해진다. 그래서 복사만 멀리까지 도달한다. 138억 년 전 빛이 아직 우주배경복사로 관측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복사와 방사선을 구분하기

한국어에서 자주 헷갈리는 지점이다. 영어로는 둘 다 radiation이라 더 그렇다.

복사는 에너지가 뻗어나가는 현상 전체를 말한다. 햇빛, 와이파이, 체온에서 나오는 적외선이 다 복사이고 대부분 무해하다. 방사선은 그중 에너지가 너무 커서 원자에서 전자를 뜯어낼 수 있는(전리) 일부를 말한다. X선과 감마선이 그쪽이다. 방사능은 물질이 방사선을 내놓는 성질 자체다.

즉 방사선은 복사의 부분집합이고, 위험선은 파장이 아주 짧은 고에너지 대역에서 갑자기 그어진다.

광자는 실재하는가

복사가 뭔가 날아가는 거라면, 그건 실제로 존재하는 물체일까.

가장 확실한 증거는 복사가 물체를 밀 수 있다 는 것이다. 에너지뿐 아니라 운동량까지 실어 나른다. 실제로 이걸 쓰는 게 태양돛인데, IKAROS나 LightSail 2 같은 탐사선이 연료 없이 햇빛만 받아 항행했다. 밀 수 있으면 실재한다고 봐야 한다.

다만 물체라고 하기엔 이상한 존재다. 에너지와 운동량과 스핀은 있는데 질량이 없고, 무엇보다 정지 상태가 없다. 광자는 느려질 수도 멈출 수도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광속이고 흡수되어 사라질 때까지 계속 광속이다. 속도가 0인 광자, 서랍에 넣어둔 광자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맥스웰의 파동 그림과 광자 그림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층위가 다르다. 전자기장이 담을 수 있는 에너지는 아무 값이나 되지 않고 E = hf 라는 최소 단위의 정수배만 가능하다. 파동이 나가는 게 맞는데, 그 파동의 에너지를 세어보면 낱개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개수가 워낙 많아서 평소엔 낱개성이 안 보인다. 라디오 방송국은 초당 10³⁰개 규모의 광자를 뿜기 때문에 매끄러운 연속 파동으로 다뤄도 오차가 없다. 반면 광자가 몇 개 수준으로 줄어들면 알갱이 성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얼마나 낱개 단위인지 보면 놀랍다. 망막의 로돕신 분자 하나가 광자 하나 를 흡수하면 모양이 바뀌면서 신경 신호가 시작된다. 완전히 어둠에 적응한 사람 눈은 광자 5~10개면 "봤다"고 반응한다. 인간의 시각은 거의 단일 광자 검출기 수준까지 내려간다.

뜨거운 물체가 빛나는 이유, 그리고 고전물리의 끝

온도는 결국 구성 입자들이 무작위로 흔들리는 정도다. 물체 안의 전하가 열 때문에 흔들리고, 흔들림은 가속이고, 가속된 전하는 복사를 낸다. 그래서 온도를 가진 모든 것은 빛난다. 뜨거울수록 흔들림이 격해져 더 짧은 파장이 나온다. 대장간에서 쇠 색깔로 온도를 가늠하는 것도, 별의 색으로 표면 온도를 아는 것도(붉은 별이 차갑고 파란 별이 뜨겁다) 같은 원리다.

그런데 이 현상을 고전 전자기학으로 계산하면 완전히 틀린 답이 나온다. 파장이 짧아질수록 방출량이 무한대로 발산해버린다. 자외선 파탄이라고 부르는 문제다. 실제 측정값은 어느 지점에서 꺾여 내려오는데 고전 이론으로는 그 꺾임이 설명되지 않았다.

1900년 플랑크가 "에너지가 hf의 정수배 덩어리로만 오간다"고 가정하니 실험 곡선과 정확히 맞았다. 본인도 계산용 편법이라 여겼지만, 1905년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로 그게 빛의 실제 성질임을 보였다. 어두운 파란빛은 전자를 튀어나오게 하는데 아무리 밝은 빨간빛은 못 튀어나오게 한다. 에너지가 세기가 아니라 낱개의 크기로 결정된다는 증거였다.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받은 업적이 상대성이론이 아니라 이것이다.

맥스웰이 남긴 폭탄

맥스웰 방정식에는 속도가 상수로 박혀 있다. 누가 보든 빛의 속도가 같다는 뜻인데, 이건 뉴턴 역학의 속도 덧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이 모순을 풀었고, 그 논문 제목이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인 것도 그래서다.

정리하면 뉴턴 역학은 빛에 가까운 속도, 강한 중력장, 원자 규모에서 깨진다. 각각 특수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이 대체했다. 다만 일상 규모에서는 오차가 무의미할 정도로 정확해서 지금도 공학의 기본 도구다. 아인슈타인 이론의 저속·약중력 근사가 정확히 뉴턴 식으로 돌아온다.

여기까지가 빛이 무엇인지 알아낸 과정이다. 다음은 그 빛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이야기로, 결맞음과 레이저, 그리고 들뜬 상태의 원자에서 이어진다. 원자 안쪽 구조가 궁금하면 원자 해부도쪽이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