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원자 구조 - 원소 5개가 어떻게 설명서가 되는가
DNA 그림은 다들 봤다. 두 줄이 꼬인 사다리. 그런데 그 사다리가 실제로 어떤 원자로 되어 있는지, 왜 하필 그 모양이어야 하는지는 잘 안 나온다.
이 글은 DNA를 원자 단위까지 내려가서 그림으로 확인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놀랍게도 단순하다. 원소는 다섯 종류, 부품은 세 개 다. 그리고 그 배치 자체가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되 필요할 때 열 수 있게"라는 요구를 정확히 만족시킨다.
원소는 딱 5개다
금속은 하나도 없다. 우주에서 흔한 가벼운 원소만 썼다.
이 중 인(P)만 좀 사정이 다르다. 나머지 넷보다 자연에 훨씬 적다. 그래서 인이 생명 활동의 병목이 되는 경우가 많고, 비료에 인 성분이 들어가는 것도 결국 이 얘기다.
크기 감각을 잡아두면, 글자 한 개(뉴클레오타이드)가 원자 36개 정도이고 사람 세포 하나의 DNA 전체는 원자 약 2000억 개다.
부품은 3개다
뉴클레오타이드 하나가 DNA의 글자 한 개다. 이걸 뜯으면 인산, 당, 염기 세 덩어리가 나온다.
인산 — 인 1개에 산소 4개
인 원자 하나를 중심에 두고 산소 네 개가 사방으로 붙은 정사면체다.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다. 물속에서 이 인산은 수소를 떼어내고 마이너스 전하를 띤다. 염기쌍 하나당 마이너스 두 개. DNA는 자연에 있는 물질 중 전하 밀도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이 사실 하나가 실제로 여러 개를 설명해준다. 전기영동에서 DNA가 (+) 극으로 끌려가는 이유, 히스톤 단백질(라이신·아르지닌이 많아서 +를 띤다)에 DNA가 착 감기는 이유, DNA 실험할 때 소금이나 Mg²⁺를 꼭 넣어야 하는 이유가 전부 이거다. 마이너스끼리 서로 밀어내니까 양이온으로 가려줘야 구조가 안정된다.
당 — 5각형 고리
탄소 네 개와 산소 하나가 만든 5각형 고리다. 고리 밖에 탄소가 하나 더 붙어서 탄소는 총 다섯 개고, 1′부터 5′까지 번호가 붙는다.
실제로 중요한 자리는 세 개다.
3′과 5′ 에 인산이 붙어서 사슬이 이어진다. DNA 방향을 5′→3′라고 말하는 게 이 뜻이다.
2′ 에는 산소가 없다. 그래서 이름이 "디옥시(deoxy, 산소 없음)"다. RNA는 여기에 산소가 하나 붙어 있는데, 그 원자 하나 차이로 RNA는 훨씬 쉽게 끊어진다. DNA가 장기 보관용이고 RNA가 임시 작업용인 이유가 여기서 갈린다.
이 고리는 sp³ 결합이라 평평하지 않고 살짝 구겨져 있다. 덕분에 골격이 유연하게 휘어서 나선을 그릴 수 있다.
염기 — 평평한 방향족 고리
원자 구조상 가장 재밌는 부분이다.
A와 G(퓨린)는 6각형과 5각형 고리가 붙은 형태고, 원자 아홉 개가 하나의 평면을 이룬다. C와 T(피리미딘)는 6각형 고리 하나에 원자 여섯 개다.
전부 sp² 결합이다. sp²는 세 방향으로만 결합을 뻗고 남은 p 오비탈 하나는 평면에 수직으로 서 있다. 이 남은 p 오비탈들이 고리를 따라 옆으로 겹쳐지면서 π 전자가 고리 전체에 퍼진 상태 가 된다. 벤젠하고 똑같은 구조다. 오비탈 모양 자체가 궁금하면 원자 해부도에서 3D로 돌려볼 수 있다.
결론은 이렇다. 염기는 완전히 평평한 판이다. 이게 뒤에 나오는 얘기의 전제가 된다.
사슬은 이렇게 이어진다
이제 뉴클레오타이드를 여러 개 이어 붙이고 두 가닥을 마주 세워보자.
여기서 두 가지를 짚어야 한다.
첫째, 두 가닥의 방향이 반대다. 왼쪽이 위에서 아래로 5′→3′면 오른쪽은 아래에서 위로 5′→3′다. 자연이 만든 이 비대칭 때문에 복제할 때 한 가닥은 연속으로 만들고 다른 가닥은 토막토막 끊어서 만들어야 한다. 구조적 제약이 그대로 알고리즘 복잡도로 이어지는 셈이다.
둘째, 세로와 가로의 결합 세기가 완전히 다르다. 이게 DNA 구조 설계의 핵심이다.
세로(골격)는 공유결합이라 아주 튼튼하다. 가로(염기쌍)는 훨씬 약하다. 그래서 정보는 안 망가뜨리면서 지퍼처럼 열 수 있다. 만약 두 가닥이 공유결합으로 붙어 있었다면 복제할 때마다 분자를 부숴야 했을 거다.
가로를 붙이는 힘 1 — 수소결합
염기의 질소나 산소에 붙은 수소가, 상대편 염기의 질소나 산소를 향해 손을 뻗는다. 그런데 이 짝이 아무렇게나 맺어지지 않는다.
A는 T와만, G는 C와만 붙는다. 예외가 없다. 한쪽 가닥만 보면 다른 쪽을 무조건 알 수 있다는 뜻 이고, 이게 복제가 가능한 근거다. 지퍼처럼 두 줄을 떼어놓고 각각의 짝을 다시 붙이면 원본 하나에서 똑같은 사본 두 개가 나온다.
수소결합 하나의 세기는 공유결합의 20분의 1 정도다. 그래서 열을 좀 주면 떨어진다. A-T는 두 개, G-C는 세 개니까 G-C가 더 안 떨어지고, GC 비율이 높은 DNA는 더 높은 온도에서 녹는다. PCR 프라이머 설계할 때 계산하는 Tm이 정확히 이 얘기다.
가로를 붙이는 힘 2 — 평평한 판이 쌓인다
의외로 이중나선을 잡고 있는 힘의 큰 몫은 수소결합이 아니다. 앞에서 염기가 완전히 평평한 판이라고 했는데, 이 판들이 나선 축을 따라 겹쳐 쌓이면서 생기는 힘이 더 크다.
여기에 하나 더 있다. 염기는 물을 싫어하고 인산 골격은 물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물속에 두면 저절로 염기는 안쪽, 인산은 바깥쪽 으로 배치된다. 나선 구조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누가 접어주는 게 아니다.
실제 치수
원자 크기 단위로 재보면 이렇게 나온다.
여기서 계산 하나가 나온다. 사람 유전체가 30억 염기쌍이니까 30억 × 3.4Å = 약 1미터 다. 세포 하나에 부모에게서 받은 두 세트가 있으니 총 2미터다.
이걸 지름 몇 마이크로미터짜리 핵에 넣어야 한다. 해법은 실패에 실을 감는 것과 같은 계층적 압축이다. 히스톤 단백질에 감고, 그걸 또 감고, 또 접어서 염색체가 된다.
그리고 여기서 재밌는 게 나온다. 얼마나 빽빽하게 감았는지 자체가 스위치 역할을 한다. 꽉 감긴 구간은 읽는 기구가 접근할 수 없어서 그 유전자가 꺼진 상태고, 느슨한 구간은 켜진 상태다. 몸의 모든 세포가 완전히 똑같은 DNA를 갖고 있는데도 눈 세포와 간 세포가 전혀 다르게 생긴 이유가 이거다. 설명서는 같고, 각자 자기가 볼 페이지만 펼쳐놓은 것이다.
자외선이 피부에 나쁜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앞에서 염기의 π 전자가 고리 전체에 퍼져 있다고 했다. 이렇게 퍼지면 전자가 올라갈 수 있는 에너지 간격이 좁아진다. 간격이 좁으면 에너지가 낮은 광자로도 전자를 들뜨게 할 수 있다.
그래서 DNA는 자외선 260nm 근처의 광자를 잘 흡수한다. π 오비탈에서 π* 오비탈로 전자가 올라가는 전이다. 실험실에서 DNA 농도를 잴 때 260nm 흡광도(A260)를 찍는 게 이 원리다. 광자가 무엇이고 왜 흡수·방출이 정해진 값으로만 일어나는지는 뉴턴에서 광자까지에 정리해뒀다.
문제는 이 흡수가 손상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자외선을 맞아 들뜬 상태가 된 티민 두 개가 서로 반응해서 붙어버리면 티민 다이머가 생기고, 이러면 복제 기구가 그 구간을 못 읽는다. 햇볕이 피부에 나쁜 이유가 결국 "평평한 방향족 고리가 광자를 흡수해서 들뜬다" 는 원자 수준 사건 하나로 환원되는 셈이다.
오류율은 0이 아니라 적당히 낮다
복제 정확도는 굉장히 높다. 교정 기능과 여러 겹의 수복 시스템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염기 10억 개당 하나 수준까지 떨어진다. 그래도 세포 분열마다 몇 개는 남는다.
이 오류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완벽하게 복사되면 진화가 불가능하다. 실수가 아주 조금 섞여야 그중 우연히 쓸모 있는 변화가 나오고, 그게 쌓여서 종이 변한다. 복제 정확도는 "가능한 한 높게"가 아니라 적당한 수준으로 튜닝된 값 이다.
정리
원자 배치를 다시 보면 DNA는 성질이 완전히 다른 두 부분을 조합한 것이다.
한쪽은 입체적이고 유연하며 마이너스 전하를 띤 sp³ 골격 이다. 공유결합으로 이어져 있어서 정보를 안전하게 묶어둔다. 다른 한쪽은 그 안쪽에 평평하게 쌓인 sp² 방향족 판 이다. 수소결합과 스태킹이라는 약한 힘으로만 붙어 있어서 필요할 때 열린다.
세로는 세고 가로는 약하다. 짝은 하나로 정해져 있어서 한쪽만 보면 나머지를 안다. 원자 배치 자체가 "튼튼하게 보관하되 읽을 때는 열 수 있게"라는 요구를 이미 만족시키고 있다.
이어서
이 글의 sp²·sp³와 π 오비탈이 어디서 왔는지는 원자 해부도 - 오비탈과 스핀에서 다뤘다. 오비탈을 3D로 직접 돌려볼 수 있고, 같은 탄소가 결합 방식 하나 차이로 다이아몬드와 흑연이 되는 얘기도 있다. 빛과 광자 쪽은 뉴턴에서 광자까지와 결맞음과 레이저에 정리해뒀다.
참고
- Nucleic acid double helix - Wikipedia — B형 DNA의 치수와 나선 구조
- Nucleotide - Wikipedia — 인산·당·염기 세 부품의 구성
- Base pair - Wikipedia — A-T·G-C 수소결합의 배치
- Stacking (chemistry) - Wikipedia — π 스태킹이 나선을 안정화하는 방식
- Deoxyribose - Wikipedia — 2′ 위치에 산소가 없다는 것의 의미
- Pyrimidine dimer - Wikipedia — 자외선이 티민 다이머를 만드는 과정
- DNA replication - Wikipedia — 역평행 구조가 복제 방식을 제약하는 이유